<엄마의 손>

엄마 손 붙잡고 따라 걸으며 쫑알거리던
아이들은 먼 옛날에 이소(離巢)했고
성질 급한 남편도 서둘러 먼 여행을 떠나
남은 건 병든 몸과 무거운 적막

커다란 약봉다리와 지팽이마저 겨우 붙잡은
가녀린 엄마의 손

<Mam’s hand>

The children who chattered while holding their mom’s hand left long ago.
Even her husband, who had a short temper, hurried on a long journey.
What’s left is a sick body and heavy silence.

A slender mom’s hand is barely holding a long cane and a medicine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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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의 여정>

진리를 찾는 곳이 수도원이나 사찰만이랴.
가부좌를 틀고 앉거나 목탁을 두드리거나 묵주를 돌려야만 수행하는 것이랴.

삶의 모든 순간이 구도의 여정 아니랴.

<Journey of enlightenment>

Are monasteries and temples the only places to find the truth?
Are we seeking after truth only by sitting cross-legged, beating a wood block or turning a rosary?

Every moment of life is a journey of seeking after truth, isn’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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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조연>

빛은 스스로 밝아서
다른 것을 비춰주는 조연이다

세상의 조연들아
슬퍼하지 말자
그대가 이미 눈부신 빛이니
그로써 세상을 밝히자.

당신은,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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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자유>

누렇게 빛나는 황철석이 금인가
목줄만 풀리면 자유인가, 아니다
어떤 의존도 없는 완전한 독립이 아닌 자유라면
빛 좋은 개자유다

진정 스스로 결정하는가
정말 홀로 서 있는가
정신적 목줄 없이 진짜 자유로운가

더도 말고,
스마트폰, 개, 고양이 등에 매어 살지는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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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무예요>

이 세상에서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아마도 ‘있는 그대로 보기’ 아닐까?
진실을 말하자면 있는 그대로 보기는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실재하지 않는 공을
신념의 필터가 해석하고 왜곡한 결과가
바로 인식의 실체다.

공空과 색色이 둘이 아니라는 반야심경의 갈파는 완벽한 양자역학의 관점이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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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뛰어나지도 지위가 높지도 않다
특별히 내세울 것도 없다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다
낮은 곳에 머무니 눈에 잘 안 띈다

그래도
고유한 자기만의 역할이 있다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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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스티커는 진짜>

내가 인식하는 모든 것들은
뇌가 해석하는 시스템이다
새는 가짜지만 새 스티커는 진짜다.
그것은 진실인가 실재인가
무엇이 진짜로 진짜일까
우주가 시뮬레이션일 가능성 99%라는 이론이 진짜 설득력 있는데…

<The bird sticker is real>

Everything I perceive is a thing that my brain interprets.
The bird is fake, but the bird sticker is real.
Is it the truth or reality?
What’s really real?
The theory that the universe is 99% a simulation is really compe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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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본다>

순간순간 변하며
머지않아 사라질 구름 한 조각이
순간순간 변하며
머지않아 사라질 나를 바라본다

<A piece of cloud sees me.>

A piece of cloud that changes every moment and disappears soon is looking at me, one who is also changing every moment and will disappear som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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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귀가>

식사 준비는 노동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일’
파, 무우, 콩나물, 배추… 양손에 든
비닐 봉다리가 고급 핸드백보다 훨씬
더 귀하고 예뻐 보이는 건
죽임의 반댓말이 ‘살림’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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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

마스크에 얼굴이 가려지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지나가다가 뒤돌아서서 말한다.
“사람이 지나간 뒤에 찍으세요!”
어투가 사뭇 도전적이고 시비조다.
“네. 저는 예쁜 길을 찍을 거니까 얼른 지나가세요”

지나간 그 사람의 불편한 감정에 담긴 가르침을 상냥한 어투로 번역한 사진 강의 :
“사람이 지나가고 소실점에 다달았을 때, 사진을 찍으세요. 그래야 멋진 거예요.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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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이요 길이다>

♬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
얼쑤~

<“I” is the light and the path>

♬ A person who leaves ‘I’
You can’t go ten miles and your feet will get sick ♬
Eols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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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손주는 울어도 똥을 싸도 귀엽고 예쁘다
한 세대를 건너 멀리서 보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지구는 보석보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행성이다
지지고 볶고 울고불고 평화롭지 않다 해도.

<From a distance>

Grandchildren are cute and pretty, even when they cry and poop.
because you see them from a distance, across generations.

From a distance,
Earth is a planet that is more beautiful and mysterious than a jewel.
Even if it burns and fries and cries and blows and is never at peace, it is still a beautiful and mysterious pl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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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x (3+3) = 2>

이중으로, 두 3차원이 합쳐졌는데
결과는 12차원이 아닌 2차원,
이것이 사진의 진면목. 😄
그 누구도 사진부처님의 2차원
손바닥을 벗어날 순 없다.

<2 x (3+3) = 2>

The two three-dimensions are combined.
The result is still 2D, not 12D.
This is the beauty of photography. 😄
No one can escape the two dimensions of photography.
You can’t escape from Buddha’s palm in the world of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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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발전소>

어쩌면 세상은 큰 놀이터.
미끄러져도 재밌다, 삶이.

놀면서 배운다, 아이들은.
버티다 죽는다, 어른들은.

<A Fun Power Plant>

Maybe the world is a big playground.
Life is fun even if you slip.

Children learn by playing.
Adults are going to die because they hold on t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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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흔들림이 재미다, 그네는.
흔들림도 재미다, 인생은.

<Swing>

Swing is fun when it swings.
Life is also fun when it s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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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화해로 번역하는 atonement 어원은
at_one_ment, 하나

<Oneness>

The word of ‘atonement’ is composed of three morphemes: at-one-ment. It means on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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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너는 너>

잡초는 장미 앞에서 주눅 들지 아니 하며
장미는 잡초 앞에서 거만하지 않다
잡초는 잡초들끼리 서로 기대지 아니 하며
장미는 장미들끼리 경쟁하지 아니 한다

<I am me; you are you.>

The weeds don’t grovel before the roses; the roses are not haughty before the weeds.
Weeds do not lean against each other; roses do not compete with ro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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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의 신비>

방향 또는 관점을 바꾸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The mystery of the corners>
If you change the direction or viewpoint, a new world open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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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위로>

번잡한 효자광장 사거리 5층 건물
수많은 차와 사람들이 오가지만
눈여겨보는 이 없는 외로운 옥상을
까치 한마리가 아까부터 다독다독 한다

<The consolation of magpies>

A 5-story building at the busy intersection of Hyoja Square
where lots of cars and people come and go
A rooftop is lonely with no one around.
A magpie gives a quick massage on the lonely roof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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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되리라>

물질화 되어 부대끼며 살고 있지만
끝내는 빛으로 승화하고 말 거야, 우리.

<We will be the light.>

We are living by being materialized and bumping into each other.
But We will sublimate ourselves into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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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닯은 사연>

두 손 놓고 널브러진 남자
폭설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살아야한다며 이를 악문 그 여자

<A sad story>
A man with his hands dropped, collapsed
without wavering in the heavy snow, only
The woman who clenches her teeth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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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뺀 구수회의 鳩首會議>

비둘기처럼 머리만 맞대면
구수회의일까?
가슴을 맞대지 않으면
서로 박치기나 하고 말 텐데…

가슴을 맞댄 의자들의 시범처럼
똑똑하고 잘난 머리, 내려놓고
우리 서로 가슴으로 느끼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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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엔…>

그러나
그것은 다 지나가 버렸다
지금 여기에 없다

과거
엄연히 존재했던 객관적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지어내는 허상일 뿐

모든 사진은
지금 實在하지 않는 과거의 잔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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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놓기>

그걸 늘 가슴에 품고는
살 수 없잖아
살아도 사는 게 아니잖아

다 내려놓고
가볍게 가볍게

그걸 늘 가슴에 품고는
죽을 수도 없잖아
무거워서 하늘로 갈 수 없잖아

다 비우고
훨~훨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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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풍광 좋은 바닷가 또는 산정에서만
해가 지는 건 아니다
블라인드 커 사이에서도 해가 진다
다행이다, 당연하지만.

<It is a relief.>

The sun never sets only on scenic beaches and mountain tops.
The sun set is also enjoyed through the blind curtains.
It is a relief, but it is quite na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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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

고해苦海에 빠진 사람들의 절규
“에고, 에고 아파!”

우리들 문제의 대부분은 돈(황금)에서 비롯되는 것 같지만
더 근본적인 진짜 원인은 ‘따로 분리된 나’ 즉 에고(ego)다

에고를 부숴야,
아파我破야,
apart(조각난 따로)가 아닌 ‘온전한 나’다
아파我破야 온전한 삶이다
ego, ego 我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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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굴뚝에 기댄 새집이나 닥트는 차라리 귀엽다.

기생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불쌍한 것들…
권력에 돈에 힘에 종교에 법에 패권에 기득권에 어둠에 과거에 거짓말에 …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하늘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푸르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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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주의>

그대, 예술 하는가?
즐겁고 재밌게 작품을 하라
결과물에 기뻐하며 셀프 감동하라
알아주는 이 없어도 비관하지 말라
자기 작품에 자부하며 스스로 낙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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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예속되어 있다면 노예 또는 종이다.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철학적으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

나는 주主인가? 종從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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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방언>

꽁꽁 얼어붙은 세상을 향해
소리소리 지르다, 끝내
갈기갈기 찢어진 목청
가벼운 바람에도 깃발처럼 휘날리는
이것은 소리 없는 방언
“please, lease (프 리~즈,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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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같은 살길>

굽이굽이 울퉁불퉁 험난한 삶의 길
꾸준히 한 발 한 발 오르노라면
언젠가 산꼭대기에 서겠지.
그래봤자 또 내려올 테지만… 암튼
오를 때 특히 내려올 때 부디 조심해!

아참, 그러나 잊지 마!
매 순간 순간 잘 느끼고 즐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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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닷가의 어부>

채 녹지 않은 눈이 파도치는
바람 찬 아파트 모퉁이
어부의 찌는 꿈쩍 않는데…

흐릿한 믿음이 퍼덕이는 눈가엔
먼 길 떠난 큰 손주 서걱거린다
병석의 막내아들 서성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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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 : 삶
기획 : 나
각본 : 나
투자 : 나
감독 : 나
로케 : 나
홍보 : 나
주연 : 나
조연 : 가족 일가친지 친구 그리고 다수의 무명 엑스트라
관객 : 나 그리고 가족 일가친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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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1. 명사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빎. 또는 그런 의식

2. 명사
빛 속에서 빛을 찬미, 감사하는 마음

<Pray>

1. noun
A supplication from darkness to light; or such a ceremony.

2. noun
Praising the light; giving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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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긴 여정 마무리, 본향本鄕 가는 길
가파른 계단, 병원 가는 길
힘겹게 힘겹게, 홀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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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모든 꽃잎이 시들고
청춘이 나이 앞에 사라져가듯
모든 인생의 단계도, 모든 지혜와 모든 미덕도
그 시절에 피어날 뿐 영원히 지속하지는 않는다
마음은 삶이 부를 때마다
이별을 고하고 새로운 시작을 각오해야 하느니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운 세상에 몸을 맡길 수 있도록
모든 시작에는 마력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주고 우리가 살아가도록 도움을 준다
한 공간 한 공간을 유쾌하게 나아가야 하리니
어느 곳에도 고향처럼 매달려선 아니 된다
세계정신은 우리를 구속하지 않으며
우리를 한 단계 한 단계 들어 올려 넓히고자 한다
우리가 삶의 한 영역에서 고향처럼 편안하고
익숙해지자마자 무기력함의 위협에 빠지나니
출발할 준비가 된 사람만이
우리를 마비시키는 익숙함에서 몸을 빼낼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죽음의 시간까지도
우리를 새로운 공간을 향해 젊게 보내 줄 지도 모르니
우리를 향한 인생의 부름은 결코 끝나지 않으리라 ….

자, 그러니 마음이여,
이별을 하고 건강하라!

– 헤르만 헤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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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

찜통에서 막 꺼내진 찐빵.
“휴~ 살았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팔려나가던 빵의 혼잣말.
“삶이란,
어쩌면 짧은 안목의 착각인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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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색(空色)>

色不異空 空不異色
色卽是空 空卽是色

없음과 있음이 둘이 아니며
色이 바로 空이며 空이 色이니
알록달록 공의 색깔에 현혹되지 마라

물질이 그렇듯 느낌, 생각, 행실, 의식 또한
있다고 뻐기지 말며
없다고 기죽지 말며

그래, 그래

우쭐대도 괜찮아
움츠려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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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나>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하고
함께 노점 하는 옆 할매들도 다 들어가고
지나는 발길도 뜸해진
서부시장 입구

어쩌나,
팔 것들이 고스란히 남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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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열쇠>

어쩌면,
처음부터 해결의 열쇠를 팔목에 차고
손이 헤매는 척하는 건 아닐까,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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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지금 여기를 벗어나
저쪽에 가고 싶어서
힘겹게 다다르면
내가 머무는 곳은
또다시 지금 여기

절대로 떠날 수 없는
영원한 지금 여기

내가 머무는 곳은
언제나 지금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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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것의 가치>

바퀴가 튼실하고 엔진의 힘이 넘쳐도
밧줄이 잡아주지 않으면 차가 못 간다
때로는 사소한 것이 전체를 지배한다
밧줄아 넌 하찮은 존재 아냐,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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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내가 작아서 못보고 지나치든
나를 이름 모를 잡초라 하든
싸잡아 야생화라 하든
개불알꽃이라 하든
봄까치꽃이라 하든
나에게 붙이는 꼬리표일 뿐
아무런 흔들림 없이
나는 나다
봄은 봄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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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아파트 202동>

사람들 아파트는
기껏 삭막한 50세대 남짓인데
억새 아파트 202동은
줄잡아 수 천 세대, 포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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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기억해줘>

날 좀 봐 달라고, 알아달라고
온갖 치장과 멋진 재능 또는 위선…
꽁꽁 감싸 미화한 갑옷 때문에 정작 진짜 너를 볼 수가 없어, 어쩌나…

괜찮아 괜찮아
내세우지 않아도 꾸미지 않아도
너는 늘 온전한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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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사진으로 시간을 찍을 순 없다
사실인즉,
시간은 실재하지도 않는다
과거와 미래도 역시 개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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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마루>

미술관으로 변한 메리야스 공장
동생들을 대신해서 일해야 했던
언니들 누나들 숨어 흘린 눈물이
그윽한 광택으로 피어나는 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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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二>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다.

<It’s not two.>

We’re one.
We are a lamp that lights up the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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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해바라기>

사람들이 다니는 양지바른 길가
추위보다 훨씬 더 매서운

♬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들은 알지 음 ♬ 알게 되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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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 뿜뿜>

추워지면
고양이는 털갈이로 털 뿜뿜
난 맵시 뽐내기로 뽐 뿜뿜

겨울아 겨울아
어디 한번 추워 봐라
난 고양이가 아니라
따습게 입지롱
하물며 폼 나게 뽐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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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는 지나가고
장식 램프는 꺼졌으나
특정일만 성탄일은 아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다.

저 높은 곳을 향하는
기도와 찬송은 우상이 아니랴!
평범한 일상과 이웃들 속에서
특히 내 안에서 놀라운 신비와
주님의 탄생을 수시로 경험하는,
매일이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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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자의 의미>

‘ㅅ’, ‘ㅗ’, ‘ㅅ’
위로 하늘로 향하는 모양의 음소들이 가로도 아닌 세로로 모여 ‘솟’이다.
한글은 소리글자이면서
동시에 뜻글자 상형문자다.

‘솟’대
‘솟’다
‘솟’구다
‘솟’아나다
‘솟’아오르다
‘솟’구치다
모두 위로 하늘로 향하는 생동감을 담은 의미들이다

‘솟구치는 것을 잘 억누르고 자제하라’는 교훈이 담긴 거룩한 글자
‘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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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理(참이치)>

남좌여우男左女右
해는 왼쪽에서 뜨고 오른쪽으로 진다
그림자는 그 반대쪽에 생긴다
해는 빛난다
우주는 깜깜하다
진리는 단순하다

“빛이 어둠을 이긴다”
이는 매우 좁은 관점의 진리다
깜깜한 우주는 빛보다 엄청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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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한 색>

뽐내기 좋아하는 꽃들이야
아름다워서 눈에 확 띄며
화려하고 예뻐 감탄을 자아내지만
생명 품은
알곡들은 마냥 단순 소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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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꿈- 유성우>

셔터 속도가 어~엄처~엉 느린 스마트폰으로
유성우를 담겠다는 마음은 언감생심 거의 완벽한 헛꿈이다.
그러나, 그러나 누가 아는가 야간 30초 모드로 하늘을 찍다보면
소뒷걸음 치다 쥐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헤헤.

그러나 유성우는 단어처럼 비처럼 쏟아지는 것이 아니라
맨 눈으로도 겨우 볼 정도로 아주 매우 띄엄띄엄 보이는 현상이다.
그래도 쌍둥이자리 유성우가 펼쳐진 2022년 12월 14일 밤 10시 쯤 베란다에서 보이는
쌍둥이자리를 중심으로 기념사진을 인스타에 남긴다.
마차부자리의 카펠라, 화성, 황소자리의 알데바란 , 오리온자리의 베텔기우스,
하단에 쌍둥이자리의 카스트로와 폴룩스가 희미하다.

춥고, 고개 많이 아프지만 맨눈으로 유성우 하나 본 것에 행복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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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시랑 겐차늘꺼요>

시장 도로변에 손수건으로 ‘깜식이’를 묶어 놓고 관광 나서는 아지매.
“정말 이래 두고 가십니까?”
“울산에서는 괜찮아예”
“물론 전주도 항국잉게 암시랑 겐차늘꺼요”

서로 믿고 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만세.
멋진 깜식이 엄마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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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뜻대로 해>

‘내 안에 너가 있고, 너 안에 내가 있다.
우리는 하나다’
나는 곧 너이니
누구 눈치 보거나 매달릴 거 없어.
아등바등할 것도 없어
‘Que sera sera’
‘이루어질 일은 언제든 이루어진다’
너는 곧 나이니
네 뜻대로 해.
(‘뜻대로’가 ‘맘대로’라는 의미가 아닌 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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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빛이다>

어두운 자여
다 ‘나’에게 오라
나는 빛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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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

비단보다 화려한 황금옷 차려입고
본향으로 돌아갈 채비 바쁜 비비추

라이트룸 손길도 없는 구석진 밤길
가로등 빛을 받고 눈부시게 빛난다

멋지고 이쁜 것만 아름답냐고 묻는
비비추의 노래가 귓가를 맴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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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 눈>

깊은 밤, 창밖의 보안등 때문에
아파트 천장이 눈을 뜨고 있다

자다가 깨어 눈 뜬 천장 보느라
나도 덩달아서 눈을 뜨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세세한 것까지
울트라 22의 눈이 부릅뜨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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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 할머니>

CD 플레이어, MP3, 카세트 녹음기, 라디오가 내장된 SONY가 전원 줄이 끈긴 채 길가에 버려졌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던 소니야, 잘 가!

저기요! 손희Sony 할머니!!
옛날에 진짜 이뻤다면서요? 맞죠?
남자들이 설렘으로 줄줄 따라다녔담서요?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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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휴일>

그래, 노는 날과 쉬는 날은 달라.
쉬는 날은
가을이 가든 말든
집에서 꼼짝 않고 곰잠을 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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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너, 꽉 끼어 있어 갑갑하구나?”
“네!”
“너, 꽉 끼어 있어 든든하구나?”
“네!”
“너 ,움직이고 싶구나?”
“네!”
“너, 꼼짝하기 싫구나?”
“네!”
“너, 내가 어떻게 물어도 ‘네’ 할 거지?”
“네!”
“너, 내가 믿는 대로 대답하는구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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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깃발旗>

황금 빛 출렁이는 논에
이쪽으로 저쪽으로 펄럭이는 빨간 깃발

<A harvest flag>

In the golden rolling rice paddies
a red flag is flying this way and that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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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街路獸의 표효>

또 하루가 지나감을 시사하는 붉은 석양에 놀랐는가?
날마다 잎 색을 바꾸며 야위어가는 가을을 보냄이 두려운가?
“크아~아~앙”(가지 마!)
“크아~아~앙”(가지 마!)
街路獸의 표효가 빛처럼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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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

노인은, 외진 곳에 사는 덕분에
기사회생 콤바인 발굽은 면했다
누가 아는가?
이게 행인지 불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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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한다, 끝내는.>

이제 곧 들녘엔 찬바람 일고
눈도 쌓이고… 또,
녹은 자리에 아지랑이도 피어나겠지…

이 우주에서 변하지 않는 오직 하나.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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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뭐꼬?>

감투가 나인가?
옷이 나인가?
얼굴이 나인가?
몸이 나인가?
생각이 나인가?
의식인 나인가?
What am I?
대체, 이 다 뭐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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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나이 지긋하신 도로 반사경의 백내장이 심하신 상태다.
안약으로는 안 되고 필경 수술을 하셔야할 듯하다.

“어쩌거쏘?
나이 들어 백수(白首)인 거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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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비나이다.
비우나이다.

당신께 경배하오니
저를 살려 주세요.

비나이다.
비우나이다.

구석구석 오염된
저를 정화해 주소서.

비나이다.
비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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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벽>

정직하게,
내 삶을 곰곰이 돌이켜보니

맙소사!
내 삶에서 부딪친 온갖 벽들은
다 내가 스스로 만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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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진지>

화학적으로 따지면,
지구촌을 이루는 모든 것의 원재료는 본래 별가루다.
밥도 반찬도 역시 별가루가 원재료다.

진지의 본 뜻은
‘밥이 하늘에서 왔음’을 아는 것.
밥은 거룩하다.

마치 새끼를 키우는 어미처럼,
수저와 젓가락은
진지를 꼼꼼이 입 안에 넣어주지만
정작
자기는 먹지 않는… 거룩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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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믓한 시선>

시든 꽃이
활짝 핀 꽃이
서로
과거와 미래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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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탈피는 삶의 길이다.
고착된 생각, 믿음, 신념, 관점에 갇혀 있으면 죽음의 길이다.

껍데기를 벗어나야 매미가 산다.
집착에서 탈피해야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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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보다 의지>

핑계대지 않기
변명하지 않기
원망하지 않기
분노하지 않기
슬퍼하지 않기
이 삶을 결정한 주체는 나
내 운명은 내 뜻의 나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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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채비>

이뻐도 아름다워도
다 털고 다 비우고

미워도 싫어도
다 털고 다 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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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할 양식>

몇 점 쪼아 먹더니 푸드득
미련 없이 사라지는 새
내일의 먹이를 걱정하지 않으니 탐욕을 모르고
마냥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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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

바람이 바람인 바람바라기
바람 따라 뱅뱅 행복이 반짝반짝

부끄럽구나 나는
바람 없는 고요만 바람인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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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고향, 플레이야데스>

밝게 빛나는 화성, 그 옆,
황소자리의 으뜸별 알데바란 위,
휘황한 달빛 옆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오! 플레이아데스

머나먼(444광년) 내 고향 플레이아데스를
별다른 추가 장비 없이
방에 앉아서 내 스마트폰에 담다니!
감격이다.
달빛보다 더 밝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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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새 친구>

낡은 벤치의 혼잣말:

“모든 것이 변한다, 끝내는!”

“너, 또한, 사라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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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불가>

누구와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는 절대적 존재 가치가 있다.
너는 너로서. 나는 나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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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지구>

온갖 생각, 설명, 지식, 개념, 원리, 해석, 확신, 주장, 견해, 주의, 관념, 이론, 신념, 믿음, 마음, 상상, 진리, 깨달음, 허풍, 변명, 위선, 헛소리, 거짓말 … 예술이라는 멋진 드레스로 치장한 이야기들이 맘껏 펼쳐지는,
여기는 신나고 재밌는 놀이터 지구

자유이용권을 손에 쥐고서
어느 한 장르에만 빠진다면,
아해야! 그건 시간 낭비 아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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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우주의 본질은
과학적으로 아직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암흑물질.
그 틈에서 별들이 겨우 빛을 낸다.
빛이 어둠을 이긴다고? ㅎㅎ
맞아, 아주 유치한 관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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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어디를 보느냐?
어떻게 보느냐?
이 단순한 명제가 삶을 결정한다

긍정의 광명천지 …
과거에 슬픔에 고통에 어둠에 …

어디를 보느냐?
어떻게 보느냐?
이 단순한 명제가 삶을 결정한다

주의를 집중하는 것이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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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지나갔습니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다 지나갔다
궂은 일 웃을 일 슬픈 일 좋은 일 지저분한 일 아리따운 일 …
모두 뒤로 사라지고 지금 여기에 없다
“뒤를 돌아보면 바위 된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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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빛 속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새하얀 길
내 발길을 기다리는 눈부신 새 길
새해 첫날 아침, 365일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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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禮>

여필종부女必從夫는 케케묵은 옛말
요즘 대세는 男必從婦
禮의 핵심은 존중과 배려
언제나 여성을 앞세우라
다소곳이 아내 말을 따르라
토 달지 않고 예, 예 그게 바로 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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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만져줘요>

만지기를, 만져주기를 좋아하는 건 원초적인 본능이다.
고양이는
“누구든 나를 좋아하시면 OK!”
사람은
“내가 너를 좋아해야만 OK!”
그러니 사람들은 늘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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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터널>

변명의 여지없이,
삶이란
스스로 만든 신념의 터널 속을 통과하는 것
그 안에 무지개를 그릴지
깜깜한 절망을 그릴지
내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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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주름>

시듦을 찬미하라
사라짐 앞에 겸손하라
이 순간을 노래하라
장미꽃인들 내 주름보다 아름다운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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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2>

보시기에 제가 늘 혼자 같지요?
맞아요, 저는 늘 혼자에요.
이건 비밀인데요, 실은 제 안에 두 사람이 있어요.

한 사람은 말만 해요. 듣지는 않아요.
듣는지 안 듣는지 확인도 안 해요.
계속하진 않지만 수시로 말을 해요.

또 한 사람은 듣기만 해요.
아무런 말도 반응도 없이 그냥 계속 듣기만 해요.

그들은 결코 서로 부딪히지 않습니다.
저와 듣는 사람, 말하는 사람은 적당히 독립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셋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존재로 살아갑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거의 기적에 가깝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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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작업>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지만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하나다.

<It’s one.>

They draw different sketches and paintings.
But.
They draw just one picture in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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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라>

휘황 찬란한 감투가 부럽더냐?
황금 옷자락이 그리 탐나더냐?
얘야, 너는 그냥 너로서 빛나니
깨어나 너 자신의 빛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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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과목>

늙기 전에 필수적으로
해두어야 할 공부가 있다.
‘혼자 있기’
건강이나 돈보다 더 우선적이어야 한다.
‘혼자 있기’란
자존自尊이며 자존自存이다.

어쩌면,
젊은 사람에게 더 필요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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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언뜻 보면 그 꽃이 그 꽃 같지만 똑같이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은 허투루 피지 않으니 하나하나가 우주를 통틀어 유일무이 거룩하도다

이름 없이 싸잡아 잡초라고 불러도 들꽃은 그냥 들꽃, 마냥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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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절>

“아니오! 발이 안 시리고, 손은 시원해요”

“우리 동네에 작은 연못이 있었어. 그곳으로 흐르는 실개천에서 엄마는 삼촌이랑 민물새우를 잡으며 놀았어”
“정말?”
“그러엄! 산책하는 어른들이 발 시리지 않냐고 물었는데 우린 정말 추운 줄 몰랐어. 우리가 잡은 새우를 사진 찍는 어른도 있었어”
“정말?”
“그러엄! 2022년 10월 마지막 날, 인스타그램 검색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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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

시위를 막 떠나며
화살이 말한다

나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요
나에게 그 어떤
기대도 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의 의지만큼
꼭 그만큼 날아갈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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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럼>

자폐는 경증에서 중증까지 그 증상의 범위가 매우 넓어
정식 명칭이 자폐스펙트럼장애다

이 세상에 자폐 아닌 사람이 있을까?
모두들 자기 생각에 빠져 자기 말만 반복해댄다

셀프 진단을 고백 건데 나는 자폐스펙트럼 L4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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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

소인배는 자기가 군자라고 자부한다
군자는 자기 안의 소인배를 반성한다

<Contrast>

A petty man is proud of his own greatness.
A great man reflects on his inner pett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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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특급 잡식동물>

털도 없고 깔끔한 외모인데, 식성은
안(못) 먹는 게 없다

주식인 남의 살(온갖 곡식, 열매, 뿌리, 줄기, 잎, 육해공 고기, 젖, 피, 똥, 뼈, 버러지, 소금을 비롯한 각종 미네랄), 물, 공기, 연기, 청탁불문 술, 독극물을 포함한 여러 화학물질들 특히 약을 밝힌다, 여러가지 가루(금속, 콘크리트, 플라스틱, 아스팔트, 타이어, 미세먼지),
딱지, 구슬, 땅, 챔피온, 더위, 겁, 꿈, 감동, 문자(말), 영성체, 마음, 나이, 웃음, 눈물, 고독, 애, 눈치……
끝도 없으나 뇌물이나 상금 등 돈 먹기를 젤 좋아한다. 심지어 스트레스나 욕도 낼름낼름 잘 받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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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인형>

인형 제작법을 아주 짧게 설명을 끝내고 말했다.
“각자 원하는 대로 만들어 보세요.
인형의 모습은 자기가 결정합니다. 자유예요”
저마다 개성 넘친 인형 만들기를 마치자 다시 말했다.
“자, 이제 자기 인형에 생기를 담는 절차입니다.
혼신을 다해 호흡을 불어넣으면
자기 마음이 인형 안으로 들어가 생기가 생깁니다.
자기가 인형이 되는 겁니다.”
참가자들이 안내에 따라 작업을 마치자 이번에는 속삭이듯 부드럽게 말했다.

“밖이 있어요! 선택은 자유예요. 제 말 들리세요?”
아뿔싸!
이미, 인형이 된 참가자들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밖이 있어요! 선택은 자유예요. 제 말 들리세요?”

그들은 자기가 만든 인형 속에 갇혀(갇힌 것도 모른 채),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인형으로서 삶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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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기 당신 곁에 내가 있습니다.

죽음이 찾아오는 것은 누구에게나 아주 자연스런 일입니다. 다만 그것이 당신에게는 지금 다가와 있을 뿐입니다. 당신이 나와 함께 이 세상에 좀 더 머물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당신에게 집착하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으로 만족하겠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한 그 시간을 떠올리면 잔잔한 행복에 잠길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의 자궁을 떠나 이 세상으로 나올 때 받는 힘겨움을 슬픔이 아닌 축복으로 보듯이,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가는 축복으로 아름답게 지켜보겠습니다.

이젠 당신이 본향(本鄕)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나는 당신이 떠나는 것을 차분한 마음으로 허락합니다. 당신도 나의 작별인사를 허락해 주십시오. 지금 이렇게 헤어지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늘 하나입니다. 살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면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허공을 어루만질 것입니다. 당신도 내가 그리워지면 허공이 되어 나를 어루만져 주십시오.
이번 생에서 나와 함께 해준 시간의 선물에 대해 가슴 깊은 곳의 감사를 드립니다. 비록 몸은 헤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나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제 나의 마지막 인사말을 받아들여 주십시오.

사랑하는 당신. 안녕!